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전쟁 그 책 그 구절

19315월 초의 어느 날, 막 이사를 끝낸 장씨는 마음이 심란했다. 남편이 국민당에 체포되었다는 얘기를 며칠 전 당에서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찾아온 친구 부부를 내색하지 않고 접대하고 있을 때였다. 살짝 열린 대문을 밀고 갑자기 장정 십여 명이 마당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가족들은 크게 놀랐지만 곧 안심했다. 대부분 아는 청년들이었다. 뒤이어 들어온 오호(伍豪)를 보고 장씨의 아버지는 반가운 기색까지 보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호의 지휘하에 청년들은 이 집 주인의 아내 장씨, 장인 장모, 처제와 이웃 부부 등 아홉 명을 순식간에 처치했다. 여기는 수일 전 국민당에 체포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후보위원 겸 정보기관 중앙특과의 실질적 책임자 고순장(顧順章)의 집이었다. 함께 봉변을 당한 이웃은 중국공산당 비밀당원이자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유망한 국민당 장교 사려(斯勵)였음에도, 그리고 그가 1927년 장개석의 4.12 쿠데타 와중에 주은래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음에도 끝내 자비는 없었다.

 

모든 상황이 끝나자 오호 즉 주은래는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불과 보름 전만 하여도 아버님, 제수씨하며 지내던 동료의 가족들이었다.

 

 

설마 주은래가?”

주은래에 대하여 책과 뉴스로 알고 있는 많은 이들은 참혹한 일가족 몰살 사건의 주범 오호와 그를 동일인물로 연상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주은래를 온화한 현자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은 주은래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닉슨 대통령은 퇴임 후 1982년 발간한 저서 <지도자들 Leaders>에서 주은래가 잊고 싶어 했던 1931년 그날의 행적을 소환했다.

 

“1950년대 극동 담당 국무차관보였던 로빈슨(Walter Robinson)은 내게 말하기를 주은래는 분명 매력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고도 조용히 담배를 피워 문 채 그 자리를 떠났던 사나이라고 일러 주었다.”


그밖의 주요 내용

 

 

장개석의 두 눈과 귀였던 중통(中統)의 진립부(陳立夫)와 군통(軍統)의 대립(戴笠)

 

국민당 재정부에 침투한 공산당 경제전문가의 의도적인 경제정책의 실패, 백성들의 저주는 장개석에게로

 

국공내전의 승패를 가른 국민당 국방부 작전청장의 정체

 

장개석의 모든 말이 모택동의 귀에 들어간 사연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전쟁> 2020 홍윤표 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넘기지 말자. 우리에게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저 일본

전국시대에 유럽과 동시대적으로 교류했던 일본은 자기 집안과 지배층의 정치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발전을 정지시키기로 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결정에 따라 갑자기 유럽과 단절했습니다. p15

 

승평야화(昇平夜話)라는 책에는 에도 시대의 지배 집단이 피지배층을 바라보는 관점이 노골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너무 배부르면 농사일을 싫어하게 되고, 농업이 아닌 다른 직업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곤궁해지면 흩어진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님께서는 향촌의 농민들이 죽지도 않고 살지도 않도록 주의해서 쌀을 잘 바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p21

 

만약 도쿠가와 막부가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세력과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갔다면, 일본 민중은 더 많은 유럽 의학 과학의 혜택을 좀 더 일찍, 아마 백 년에서 2백 년 정도 앞서서 받았을 것입니다. p35

 

한국 일본 타이완 중화인민공화국 북한 등의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국가 차원에서는 앞으로도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이상 으르렁거리겠지만, 국가들 간의 관계와는 무관하게 각국의 개인들끼리는 우호관계를 맺을 수 있고, 이것만이 이 지역에 평화를 가져올 유일한 방법이라고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한 명이라도 외국인 친구가 있다면 국수주의자가 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더 많은 한국 시민이 더 많이 해외에 여행 연수 유학을 가서 더 많이 해외를 보고 느끼고 친구를 사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것만이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지배집단이 일부러 국가 간의 갈등을 조장해서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는 현재의 구도를 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p47

 

에도시대는 도쿠가와 막부의 정책에 따라 유럽으로부터 고립되었고, 도쿠가와 가문과 각지의 다이묘들이 영원히 일본을 지배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변화를 거부하는 시스템을 강제한 시대였습니다. 피지배민, 특히 농민들은 과중한 세금을 지배 집단으로부터 요구받으며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피지배민들은 능동적 수동적 방법으로 자기 자신과 집안의 생존을 괴했고, 희미하게 열려 있는 사회적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p59

 

일본인 이야기 2 김시덕


윤치호 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글들 일제시대

19191026

 남궁벽이라는 한 청년이 내게 편지를 보내 도쿄에서 학업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그는 조선민족이 현재 상황에 처하게 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10년쯤 더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황당한 얘긴가? 난 철학을 공부하지 않았어도 다음과 같은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조선민족이 비참한 상황에 처하게 된 주요인 중 하나는, 지식인들이나 지도자들이 수백 년 동안 유교 윤리와 불교적 이상에 관한 허황된 철학적 사색에 탐닉해 유용한 기술과 실용적인 도덕을 완전히 무시했던 점이라는 것 말이다. 난 도쿄에서건 다른 어디에서건 철학을 공부하겠다는 조선인 학생에게는 결코 동조할 수가 없다.

(이광수가 1927東光(동광)”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윤치호가 유학생의 여비와 학비를 보조해 주는 데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첫째, 신학이나 과학 또는 실업을 배우는 자일 것, 둘째, 반액 이상의 여비나 학비를 준비해 놓은 자일 것, 셋째, 애걸하지 않는 자일 것.)

 

1920726

 우리에게 일본인들을 경멸할 자격이 있는가? 어디 한번 생각해 보자. 일본인들은 깔끔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불결하다고 소문나 있다. 그들은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는 게으르다고 소문나 있다. 그들은 미적 감각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자기들의 메마른 조국을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름답던 강산을 훼손했고, 어디를 가나 우리의 미개함과 우매함을 선명히 드러내주는 민둥산들을 가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2천 년 동안 끊임없이 전쟁을 치러오면서, 모든 종교와 도덕의 기본 원리이자 정부의 기본원리이기도 한 상무정신을 습득하고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지난 500년 동안 치욕의 이조시대에, 우리의 상무정신은 잔인하고 이기적인 전제정치가 고안해낸 모든 기제에 의해 완전히 뿌리 뽑히고 말았다.

다시 말해서 세계에서 가장 자부심 강한 민족들이 앞 다퉈 동맹을 맺으려 하는 일본인들을 경멸할 자격이 우리에게 있는가? 우리 입장에서 최상의 행동은 일본인들의 뛰어난 자질을 가능한 한 많이 배우고 모방하는 것이다. 그들의 청결성, 근면성, 협동성, 기강, 응집력 등을 말이다.

 

1920922

 어제 발행된 서울 프레스에서 뉴욕타임스의 한 특파원이 쓴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쌓은 공적인가 하는, 뭐 그런 비슷한 제목의 기고가 실렸다. 도로부설, 조림사업, 근사한 공공건축 등 일본의 조선 통치를 옹호하는 일본인들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판에 박은 주장이 다시 거론되었다. 그건 그렇고 기고자는 조선민족에게 정력과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결정적 증거로서, 300년 전에 일본 침략자들이 땅바닥에 팽개쳐 놓고 간 서울 파고다 공원 탑의 상부 3층 옥개석을 조선인들이 지금껏 그대로 방치해온 사실을 들었다. 이 논지가 맞는 건 사실이다. (19462월 미군정청 문교부장 유억겸의 노력으로 미군 공병대에 의해 복원되었다고 한다.)

 

19201029

 난 가끔 고종황제가 지난 14년 동안 계속해서 황제 자리에 있었더라면 조선이 어떻게 되었을까, 또 조선인들이 지금쯤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어보면서 웃음 짓곤 한다.

1) 아마도 궁궐과 조정에는 이용익, 이지용, 민영철 같은 야비하고, 잔인하고, 가증스런 악당들이 들끓었을 것이다.

2) 온 나라에 도적과 노상강도가 출몰해 인명과 재산이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3) 도지사, 군수, 군인, 경찰의 수탈과 만행이 도적과 노상강도들보다 심했을 것이다.

4) 미국인, 일본인, 프랑스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 투기꾼들이 광산, 산림, 어장 등 온갖 종류의 천연자원을 양도라는 미명하에 강탈했을 것이다. 황제와 그이 비열한 총신들에게 가장 많은 뇌물을 바치는 패거리들이 관세, 세입 등 값나가는 것들을 모두 독차지했을 것이다.

5) 일본은 좀 더 바람직한 정부를 수립하려는 혁명운동을 진압하려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다.

고종황제가 지난 14년 동안 전제적인 권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더라면, 조선은 지금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까?

 

192126

 홍영후(난파)의 편지를 읽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작년 1~2월 쯤 도쿄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가 간청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에게 100원을 주었다. 9월 언제쯤인가 또다시 수표로 100원을 주었다. 나중에 50원을 더 주어서, 유학비용으로 모두 250원을 대주었다.

한 달 전 그가 다시 편지를 보내와 바이올린을 사게 250원을 보내달라고 청했다. 공부하는 중에 250원짜리 바이올린을 사는 건 내 아들이나 동생이라도 절대로 승낙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고 답장을 썼다. 남에게서 돈을 받아 공부하면서 생활비 전액을 대달라고 하는 것이나, 고학생이 250원짜리 바이올린을 갖고 싶어 한다는 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발상이었다.

그런데 오늘 배달된 편지에서, 그는 구두쇠의 죄악에 대해 내게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그는 조선의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자기 재능을 계발할 만한 아무런 수단이 없는 조선의 천재들과 영웅들의 운명을 비관했다. 그는 볼셰비키들과 공산주의자들이 정당한 약탈자들이라고 강변하고, 부자들이 혼자서 자기 재산을 누릴 수 없는 때가 곧 올 거라고 협박까지 했다. 조선 청년들의 수준과, 은혜에 보답하는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녀석이었다.

 

192478

 조선의 기고가들은 인간들을, 특히 조선인들을 대체로 여섯 개의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세 계층은 무조건 나쁘고, 나머지 세 계층은 무조건 훌륭하다고 믿는 것 같다. 부자들은 모두 사악하고, 노인들은 모두 어리석으며, 남편들은 모두 야비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가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젊은이들은 모두 현명하며, 여성들은 모두 훌륭하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얼치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드는 조선의 일간지들을 보면서, 가난한 사람들은 어깨를 들먹이고, 젊은이들은 반항을 해대며, 여성들은 우쭐거린다. 조선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동맹휴학도 대부분의 경우는 신문이 러시아 유형의 사회주의를 선전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193352

 이와사 장군이 내지인반성자록(內地人反省資錄)”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그는 자기 부하들을 동원해서 수집한, 조선 거주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모욕적인 언행을 숱하게 해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70여 종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 수록해놓았다. 그의 무사다운 자세가 무척 고맙기만 하다. 하지만 우리 조선인들이 경제적, 지적 측면에서 일본인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일본인들의 모욕적인 언행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우월주의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치료하는 방법은 다름이 아니라, 조선인들이 싸우는 법을 확실하게 배우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비로소 조선인들을 모욕하는 따위의 언행을 삼가게 될 것이다.

 

<윤치호 일기> 김상태 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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