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타도하고 무엇을 되살려야한다는 말을 들으면 그 책 그 구절

 

주성치가 주연한 <녹정기>를 혹 기억하실는지요. 위소보가 처음 천지회에 가입했을 때 진근남은 짐짓 정색을 하며 그를 밀실로 데려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반청복명(反淸復明)을 외치는 것은 사실 돈과 여자를 빼앗기 위함이다.” 위소보가 그렇다면 왜 얼토당토않은 반청복명 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묻자 진근남이 대답합니다. “똑똑한 사람은 오직 똑똑한 사람한 사람한테만 진실을 말하는 법, 저 밖에 있는 멍청한 무리들은 그저 헛된 이상 하나만 갖고도 요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말에 큰 깨달음을 얻은 위소보는 단박에 진근남과 의기투합합니다. 밀실에서 나온 두 사람은 정색을 하고 밖에 있는 조무래기들을 향해 분기어린 어조로 일장연설을 늘어놓습니다. 연설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나중에 누군가로부터 무엇을 타도하고 무엇을 되살려야 한다는 따위의 말을 듣게 되면, 바로 이 장면이 떠올라 씁쓸한 웃음을 물게 됩니다.

<인생이 첫 만남과 같다면 人生若只如初見> 安意如지음 심규호 옮김 p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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