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1894년 여름 그 책 그 구절

<조선, 1894년 여름>(오스트리아인 헤세 바르텍의 여행기)

 


문명과 외부세계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채 조선의 왕들은 우리의 중세와 같은 비극적 상황에 자신의 나라를 묶어두기 위해 애쓰고 있으며 백성들이 해안에 정착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이웃나라와의 교류가 금지되자 해안가에 건설되었던 도시와 촌락들은 파괴되었고 거주민들은 내륙으로 이주해야 했다. p14

 

일본군은 조선군보다 행동거지가 더 낫다. 그들은 모든 물품을 현금으로 지불했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술에 취한 채 다니지도 않고 규율이 잡혀 있었다. p55

 

일본 천황의 군대가 이들(조선인)에게 조선 정부보다 더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을까? 조선 정부는 마지막 푼돈까지 쥐어짜고 쌀과 곡물을 마지막 한 톨까지 빼앗아가지 않는가? p75

 

나는 시암(태국)이나 버마, 캄보디아 같은 왕궁을 기대했는데 내 눈에 보인 것은 정말 초라한 건물들이었다. 다만 이 궁전 건물들 중에서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그것은 날아갈 듯한 중국식 이중 지붕을 가진 사원처럼 높은 건물, 즉 커다란 알현홀(경회루?)이다. p81

 

나는 남자들이 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들은 쪼그리고 앉아 담뱃대를 물고 빈둥거리거나 골목길 한 가운데 옹기종기 모여 앉아 놀거나 잠을 잤다. 반면에 고생 때문에 여윈 여자들은 살림을 도맡으며 요리하고 빨래를 했다. 모든 노동은 여자들의 몫이다. 바로 여기서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민족일수록 문화수준이 낮다는 사실이 입증된다. p87

 

만일 그들이 생계 유지비보다 많이 번다면 관리들에게 빼앗길 것이다. 이 관리들은 조선의 몰락과 이곳에 만연한 비참함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다. p87

 

넓은 지구상에서 조선만큼 백성이 가난하고 불행한 반면 지배층은 거짓되고 범죄적인 곳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p109

 

깨뜨릴 수 없이 굳건하게 결탁해 있는 양반 무리가 전체 국가 경제를 쥐고 있으며 왕조차 이들 앞에서는 힘이 없다. 현재 조선에서 활보하며 총검과 대포로 수도를 점령하고 있는 일본인들은 이처럼 백성에게 참을 수 없이 되어버린 부실 경영이 오직 외세에 의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옳은 말이다. 조선에서는 관리들이 왕과 백성을 서로 분리시키는 단단한 벽을 형성하고 있다. p153

 

백성들은 약간의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그들은 돈을 땅속에 묻거나 비밀에 부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급 관리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행정관이나 판사 역시 매수가 가능한 탓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다라도 어떤 보호를 기대할 수 없다. p155

 

10년 전부터는 외무를 담당하는 대신도 있다. 하지만 일종의 좌천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다들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자리에는 뜯어내거나 훔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p166

 

중국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두었더라면 오늘날 조선인들은 기본 교양과 교육에서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옛 경전을 연구하고 아는 것 그리고 수백 년이나 오래 된 저작들이 아직도 학식의 최종 권위로 여겨지는데 조선의 사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에 대한 연구나 지리와 자연에 대한 지식은 완전히 경시되고 있다. p210

 

조선의 학자들은 현재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용하고 이는 중국어, 즉 현대의 공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전혀 발음할 수 없고 말해온 적도 없는, 왜곡되고 장식이 많으며 부자연스러운 文語를 쓴다. 그래서 이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처럼 전혀 불가능한 언어로 조선인들은 문집을 쓰고, 이 문집을 중국의 옛 현인들의 말과 역사적인 예들, 속담, 선례로 가득 채우는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험관조차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글일수록 사람들은 글을 쓴 사람을 대단하게 여긴다.

 

일본인들은 중국식 문화와 오래 전에 결별하고 자유롭게 발전한 반면, 조선의 지식은 옛 중국의 늪에 빠져 있다. p211

 

조선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유교나 불교보다 이교도적인 옛 풍습. 무엇보다 조상숭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선교사들이 활동하는데 조선보다 더 감사할 만한 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 소수의 프랑스 카톨릭 선교사들이 거두고 있는 엄청난 성공 역시 이러한 점을 증명하고 있다.

 

조선에 개신교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가망 없는 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p231

 

조선 백성들은 가난하고 무지하며 게으르고 미신을 신봉하고 이방인을 꺼린다. 하지만 이러한 속성들은 지조 없고 탐욕스러운 정부 탓에 생긴 불행한 결과일 뿐이다. 이 정부는 수백 년 동안 백성들 내면에 있는 더 나은 것에 대한 충동을 조장하기는커녕 방해해왔다.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 한 것을 이루어 낼 것이다.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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