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대장 정진 대령 한국전쟁

3연대장(정진 대령)이 산 밑에 와 있으니 오라는 무전 연락을 받고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 뒤에서 삼성별판의 찝차가 나타났다. 나는 길을 비킬 겸 바짝 얼어서 본능적으로 경례를 하였다. 웬일인가! 찝차가 정지하더니 3군단장 화이트 노장군이 내리며 나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각하, 영광입니다라고 말하자 일등병치고는 대견하다고 생각했는지 놀란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머리(헬멧)을 쓰다듬으며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그리고 망원경으로 완전 점령한 고지의 대공표지판을 확인하고 만면에 미소 지으며 찝차를 타고 떠나갔다. 화이트 장군이 수행원도 없이 노상에서 일등병의 영접을 받고 떠나는 뒷모습에서 나는 참으로 격의 없는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포로 30여 명이 산에서 끌려와 연대장 앞에 도열했다. 그 중에서 계급이 높아 보이는 사람을 지목하고 한 소년병에게 저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묻자 문화부대대장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제일 무서운 북괴 정치대대장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북괴 정치대대장이 연대장께 공손히 인사하자 연대장도 미소로 답례를 하면서 어젯밤 산 중간에 있는 우리 국군을 왜 공격 안했는가?”라고 물었더니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했디요. 공격을 시도했다가는 전부 도망갈 것이 뻔해서 제가 최일선까지 와서 도망가지 못하게끔 밤새 점검하느라 애먹었습니다.”라고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날 밤 나는 최고의 기쁨을 만끽했다. 북괴 문화부대대장의 말에 의하면 북괴 전차는 당하기만 했으며 특히 육안으로 국군 지휘관의 계급장이 보일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80mm 한방이면 몰사시킬 수 있었는데 포탄이 떨어져 분해서 땅을 치고 울었다고 했다.

신건호 7사단 3연대 2대대장 연락병 <6.25참전 전투수기 제3> p313-314

 

 

19518월 나는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았다. 부산 토성초등학교에서의 신체검사는 손발에 이상이 없으면 무조건 합격으로 판정을 받아 그길로 바로 군인이 되었다. 나는 신체검사장에서 하루를 대기하다가 60일 동안 훈련을 받기 위해 제주도로 이동했다. 물이 귀한 섬 지방에서 60일이란 고통의 연속이었다. 짧은 기간에 군인다운 군인으로 만들어야 했으니 그 훈련의 강도는 어떠했겠는가? 먹는 것이 없이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그야말로 악으로 버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훈련시 고구마밭 부근에서 포복훈련이라도 하는 날이며 그야말로 다행스런 날이었다. 내가 훈련에 임한지 52일째에 출동명령이 떨어졌다.

 

우리는 12일을 배에서 시달리다 태백지구에 도착했다. 시멘트 운반용 배로 수송되어 왔기 때문에 동료 전우들의 얼굴은 벽에 금이 간 콘크리트처럼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는 순서대로 시멘트 가루가 묻은 손으로 주먹밥 1개씩을 쥐고 취사병이 손가락으로 발라주는 된장과 함께 먹는 장면을 보고 미군들은 신기한 듯 그저 웃고만 있었다. 배고픔과 멀미를 채 달래기도 전에 우리 동료들은 대기하고 있는 트럭에 올라타야만 했다. 트럭행렬이 강원도 산간지역에 이를수록 대포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드디어 전쟁터가 가까워지는가! 만감이 교차되고 가족들 생각에 눈물이 나왔지만 단단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나는 태백지구에서 강원 산간을 넘어 인제지구에 도착했다. 먼동이 튼 이른 아침에 머나먼 이국땅에서 길을 잃은 미아처럼 긴장 속에 배치 받은 부대는 제7사단 3연대 1대대였다.

 

당시 제3연대장이었던 정진 대령이 지휘대에 오르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는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킨다.” “우리 제3연대는 금강산을 접수한다.”라는 짤막한 몇 마디가 전우들을 순식간에 감동시켰고 앞날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 했다.

황철정 7사단 3연대 1대대 81mm 박격포반 <6.25참전 전투수기 제3> p439-441


덧글

  • 2018/06/16 21:1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금성천 2018/06/18 11:10 #

    예. 안녕하세요. 괜찮으시다면 제가 책의 목차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필요한 부분 알려 주시면 스캔 떠서 역시 이메일로 보내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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